상트페테르부르크

대부분 승객이 기차에서 내린다. 아침 8시 여기는 좀 더 유럽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오래된 성당과 건축물들 그리고 도시를 끼고 도는 운하가 이국적이다. 모스크바랑 같이 러시아 북서부 제2의 도시라고 한다. 과거에 수도여서 더욱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거 같다. 뭔지는 모르지만 조금 더 포근한 느낌이 든다. 5월에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호스텔은 기차역에서 15분 정도면 되는 거리라서 주위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걸어갔다. 다행히 여기 호스텔은 간판이 있다. 러시아 여행하면서 두 번째 본 호스텔 간판이다. 벨을 누르니 카운터에서 나와 체크인을 도와준다. 역시 여기도 룸메이트가 다 러시아 사람들이다. 한 룸메이트가 영어로 통성명한다. 난 반갑게 인사하고 밤새 기차에서 시달린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왔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고 바로 여행할 곳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다. 여기는 역시 볼 것도 갈 곳도 다양하고 풍부했다.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다 근처로 걸어서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러시아 룸메이트가 저녁 먹었냐고 같이 가서 먹자고 한다. 난 러시아 음식을 먹을 생각에 너무 고맙고 들떠서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를 맞으며 식당을 찾았다. 그 친구는 골목 서너 개를 돌더니 반지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은 식판을 들고 음식을 고르는 시스템인데 여기가 싸고 맛있다고 한다. 식판을 들고 이것저것 손으로 가리키면서 음식을 골라 담았다. 가격은 상당히 싸서 둘이 다 합쳐도 2만 원이 안됐다. 음식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맛이 없었다. 간이 거의 안 되어있는 듯하고 느끼한 음식이 많이 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거라 그런 느끼함도 고마웠다. 식사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맥주를 사자고 한다. 그간 여행하면서 술을 최대한 마시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맥주도 마셔보고 싶은 마음에 술과 음료를 샀다. 러시아 음료라고 하는데 빵을 원료로 해서 만든 음료라고 한다. 첫 모금은 이상하지만 계속 마시면 익숙해진다. 고소함도 있고 뜻밖에 맥주는 맛이 없었다. 역시 러시아는 보드카의 나라인가보다.

룸메이트는 러시아 카잔에서 왔는데 모스크바에 가기 전에 여기에 머무는 거라고 한다. 일자리 때문에 왔다고 하는데 자기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구경하지 못했다면서 같이 다니자고 한다. 난 반갑게 그러자고 하고 여행을 시작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 다른 러시아 도시와는 다른 오묘함이 느껴진다. 광장의 공연하며 공원에 조각물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