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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Russia

모스크바

ssantas 2016.06.07 13:59

모스크바


    아침 일찍 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직 티켓팅 까지는 두시간 넘게 남아서 이 층으로 올라가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티켓팅을 하러 1층으로 내려오니 중국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언제 하려나 긴 줄을 마냥 기다리는데 창구가 하나 더 생긴다. 바로 옆줄로 가 티켓팅을 하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잠시 후 비행기까지 가는 버스가 오고 드디어 모스크바로 출발한다. 오전 11시 반에 출발하면 모스크바와 6시간 시차 때문에 오후 12시반에 도착한다. 마치 한 시간 만에 온 거 같은 느낌 ㅎㅎ.

모스크바는 비가 처음 반겨준다. 러시아에 와서 비 오는 날에 걸어 다니기는 처음이다. 주섬주섬 모자를 찾아 쓰고 기차 타는 곳을 찾는데 못찾겠다. 일반 기차도 있는 거 같은데 공항에서 모스크바 시내까지 가는 노선은 건물 밖으로 나와도 모르겠고, 그냥 기차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했다. 470루블에 발권을 하고 익스프레스를 타면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시내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지하철역에서 50루블 티켓을 사고 두 번 갈아타 숙소 근처까지 왔지만, 상가만 있고 호스텔이라 할 만한 건물도 없다. 거리 풍경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러시아하고는 분위기가 다르다. 유럽의 느낌이 난다고 할까. 하지만 역시 모스크바도 호스텔 간판은 없고 심지어 지도가 가르치는 곳은 건물도 없다. 이제는 크게 당황하지도 않는다. 러시아에서 호스텔 찾기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바로 숙소에 전화했다. 잠시 후 내 뒤로 철창 대문이 열리고 여기라고 한다. 전화가 없었으면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진짜 당황스럽다. 이제 유심도 다 떨어져 가는데 충전해야 하는지 걱정이다. 그리고 여기서 전화를 쓰려면 모스크바 유심을 사던지 아니면 로밍을 해야 된단다. 그래서 그런지 전화는 되는데 인터넷은 안된다. 나라가 크니 한 나라 안에서도 로밍을 해야 된다니 생소한 느낌이 든다.

여기 호스텔은 대부분 간판도 없고 아파트 안에 있는 곳이 많아서 유심을 꼭 사야된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들어오니 꽉 찬 방에 전부 러시아인들이다. 난 싸서 그런지 어디를 가든 러시아인들만 있는 숙소에 간다. 신기하다. 오늘은 종일 비가 오고 시차 때문에 너무 졸려 그냥 인터넷이나 하다 자련다. 게으른 여행자.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햇살은 뜨겁다. 그늘에 있으면 괜찮지만, 밖으로 나가면 뜨겁다는 게 느껴진다. 기온은 18도 정도 되는 거 같은데 햇살은 더 강하다. 어제 하루 쉬어서 아침부터 서둘러 나와 어제 정리해둔 코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다행히 숙소를 시내에 잡아서 걸어서 다 볼 수 있을 거 같다. 숙소 옆에 아르바트 길을 따라 작가 추모 벽도 보고 그 위로 걷다 보면 붉은 광장 가는 길도 보인다. 단체 관광객들 틈에 나도 껴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닌다. 

시내를 대충 돌아보다 좀 더 먼 곳을 가고 싶어 어제 정리한 것을 보니 걸어서 30분이면 가는 곳이다. 난 천천히 가볼 생각으로 걷고 공원에서 쉬고 또 걷고, 도착해 교회를 보고 여기서 한 시간만 가면 모스크바 대학을 볼 수 있어서 또 천천히 걷는데 이게 판단 미스다. 길옆으로 멋들어지고 웅장한 가로수들이 마치 숲속을 걷는 것처럼 뻗어있다. 하지만 여기부터는 공원에 벤치도 없고 쉴 곳도 없고 오직 길 뿐이다. 돌아갈까 버스 타고 갈까 그런 생각만 수십번한다. 길은 이쁘니까 그냥 걷자 하다가도 또 후회를 반복하면서 걸어간다. 도착하니 건물은 웅장하고 멋있지만 가까이 가서 볼 힘도 없다. 날씨가 선선하면 괜찮았을 텐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걷는 게 더 힘들었던 거 같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사진만 찍고 공원에서 30분은 쉰 거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고 장 보고 오는 아줌마들만 가끔 지나간다. 이제 6시가 다 돼간다. 난 바로 지하철 정거장을 찾아 집에 왔다. 지하철로 겨우 25분 거리에 있는 것을 에고 역시 구글맵 거리 시간도 완전하지는 않은 거 같다.


    조금 서늘한 느낌에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온다. 제법 소나기처럼 굵게 내린다. 어차피 오늘은 다리도 아프고 저녁에 그친다고 하니 야경이나 볼 생각으로 느긋하게 게으름을 부린다. 역시 환율 덕분에 숙박비가 싸니 하루 더 있는 것도 부담이 안 된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저녁 8시 정도에 나왔다. 아직도 날은 밝다. 첫날 비 맞으면서 봤던 교회에 가서 사진도 찍고 다리 중간에 사진전시회를 보니까 주변에 카메라 삼각대에 올려놓고 야경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된다. 나도 야경을 기다릴 겸 다리 밑을 보니 강변 옆으로 클럽과 카페가 있고 유람선도 다닌다. 사진을 이리저리 찍는데 역시 핸드폰으로 야경은 쉽지 않다. 범선 모양의 카페 옆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이 화려하고 세련돼 보인다. 강변을 따라 지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다 연인들이다. 여기가 모스크바 핫플레이스 인가보다. ㅎㅎ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니 건물들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스크바의 밤이 시작된다.


    오늘은 새벽 3시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간다. 지금은 숙소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버틸 생각이다. 새벽 3시까지 있으려면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나가야지. 난 비행기 표를 프린트하기 위해 호스트를 기다리는 데 오질 않는다. 오후 1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러시아어로 뭐라고 한다. 내가 못 알아 들으니 룸메이트 중 영어 하는 애를 부른다. 난 프린터를 쓰고 싶다고 말하고 어제 있던 호스트는 어디 있냐고 하니까 쉬는 날이란다. 새로 온 호스트는 퇴실 시간 지났다고 언제 나갈 거냐고 물어본다. 프린트하면 나갈 거라고 했다. 프린트하고 나가는데 룸메이트가 새벽 3시까지 뭐할 거냐면서 여기 더 머물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호스트는 돈만 더 내면 상관없다고 한다. 잠깐 있는데 하루 치를 달라고 하다니 난 괜찮다고 짐을 싸고 나왔다. 어차피 역에서 기다리면 된다. 

역에 도착해 의자에 기대 졸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벽 한 시, 사람들은 좀 더 많아지고 춥기도 해서 전광판에서 내 열차를 확인했는데 없다. 열차가 없다. 번호 자체가 없다. 좀 당황했지만 난 기차 역무원한테 표를 보여주면서 물어보니 이 역이 아니란다. 잉! 이정표 보고 잘 나온 거 같은데 여기가 아니라니 난 구글맵을 확인하니 역시 이 역이 아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역이다. 역이 두 군데 있는데 맞은편에 있는 역 이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아서 다시 건너편 역 대기실로 가니 여긴 훨씬 따뜻하고 관광객들도 많다. 이제 또 기차를 기다리면 된다. 여행은 꾸준히 기다리면서 변수가 생기면 다시 기다리고 해결하고 그렇게 가슴 콩닥콩닥하면서 다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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